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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상황과 대남정책 방향과 전망은 어둡다

[ 2019-02-28 15:33:44]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증언을 듣다

지난 214일 오전1030분 총신대학교 종합관 2층 세미나실에서 총회통일준비위원회 제1회 통일포럼이 개최되었다.

1부 예배는 통일준비위원장 이석원 목사의 인도로 총회장 이승희 목사가 '우리가 구하여야 할 은혜'라는 제목의 설교가 있은 후 GMS 이사장 김정훈 목사의 축도로 마쳤다.

2부 세미나는 통일준비위원회 서기 김관선 목사의 사회로 전 통일부장관 정세현 박사의 '급변하는 한반도의 정세와 전망󰡓이라는 제목의 대담이 있었고, 두 번째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북한상황과 대남정책 방향과 전망'이라는 증언이 있었다.

다음은 태영호 공사의 증언이다.

 

1회 통일포럼을 통해 듣는다

 

[북한상황과 내남정책 방향과 전망]

 

1. 북한의 대남정책 방향

 

현재 북한의 대남정책 방향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김정은 체제를 영구히 지속시켜 나갈 수 있는 핵무기를 한국이라는 요인을 이용하여 끝까지 보유하며, 다른 하나는, 남북경협을 이용하여 당면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북한의 대남정책을 이야기할 때 북핵문제가 기본이며, 이와 함께 김정은의 신 경제정책과 남북경협 문제를 연관시켜 고찰해야 한다.

 

2. 김정은의 핵전략과 우리의 대응

 

지난 한해 우리는 분단 역사에서 일찍이 보지 못했던 전례 없는 격동적인 사변을 겪었다. 남북정상이 한 해 동안 세 번 만났고,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과 북한 정상들이 만났다. 특이한 것은 미국 국무장관 폼페이오가 지난 한해 동안 북한을 네 번이나 방문한 것이다. 미국 역사에서 국무장관이 한 나라를 이렇게 짧은 시기에 네 번씩 드나들은 전례가 없었다.

얼만 전에는 미국 대북협상 대표 비건이 평양을 다녀왔으며, 베트남에서 2차 미북정상회담이 2월 중 열린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살다온 나로서는 기대감이 별로 크지 않다.

지난해 4.27 남북공동선언부터 9월 평양선언까지 흥분과 좌절의 순환이 계속 반복되었으나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진전이 없었다.

북핵문제를 국제적인 핵보유 역사와 결부시켜 보면 그 이해가 좀 쉽게 갈 수 있다.

 

. 북핵문제와 국제적인 핵보유 전례와의 호상관계

지금 국제적으로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나라는 8개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5개 나라는 국제법으로 핵을 허용받은 나라이고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은 허용받지 못한 나라들이다.

법률적으로 보면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은 불법 핵보유국이나 정치, 경제, 외교적인 제재를 받는 것은 없다. 정상적인 핵보유국이 된 셈이다.

지금까지 핵을 보유하려고 시도했던 나라는 대한민국을 비롯하여 대단히 많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 나라는 완벽한 핵무기 체계를 가지고 있다가 포기하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백인들이 핵무기를 다 만들어놓고 흑인들에게 정권을 넘겨줄 때 스스로 핵을 포기하였고 우크라이나, 벨라루시, 카자흐스탄은 완전한 핵 ICBM 능력을 가지고 있던 나라들이었으나 미국과 러시아가 협상해서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핵탄도미사일을 다 없앤다.

미국이 이 나라들과 핵협상을 하면서 핵무기를 완성한 나라들의 핵무기를 어떤 방식으로, 어떤 순서로 해야 한다는 명백한 핵폐기 교리를 만들어 놓았다.

 

. 북한의 핵개발과 파키스탄의 핵보유 호상관계

핵무기를 가지려고 시도하는 나라들을 군사적인 방법으로 중지시킨 전례도 있는데 이스라엘이 공군기를 동원하여 시리아와 이라크의 핵시설을 폐허로 만들었다.

1981년 이스라엘이 시나이반도에서 F14, F15 폭격기 10대를 동원해 1,000km를 비행해 날아가 이라크의 원전을 폭격하는 것을 보면서 세계는 이슬람권이 핵무기를 절대 못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을 보면서 북한도 고민이 컸다. 북한의 핵개발이 미국에 의해 가시화 될 때 미국이 어느 정도까지의 무리수를 두겠는가 하는 문제였다.

그런데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이 1998년에 인도를 빗대고 여러 차례 핵실험을 해서 핵보유국임을 선언했다.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이 핵보유국임을 선언하자 김정일은 외무성에 파키스탄과 미국이 어떤 협상을 벌이는가를 면밀히 주시할 것을 지시했다.

당시 국제공동체는 '미국이 이슬람국가인 파키스탄의 핵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고 생각했고, 미국은 파키스탄에 대한 경제, 군사 원조를 다 자르고 파키스탄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국제금융망 퇴출 등 고강도 제재를 가했다고 위협했다.

북한도 처음에는 파키스탄이 몇 년 안으로 미국 앞에 무릎을 꿇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파키스탄에 대한 미국의 압력강도가 서서히 약해지는 것을 목격했다.

가만 들여다보니 파키스탄이 핵보유의 명분을 그럴듯하게 세우는 것이었다. 파키스탄은 미국에 파키스탄의 핵을 빼앗으려면 미국이 먼저 인도 것부터 빼앗으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유대교와 기독교는 핵을 가질 수 있고, 이슬람은 핵을 가지만 안 되느냐, 이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닐 것이라면서 종교적인 문제에로까지 끌어갔다.

파키스탄은 미국과 마라톤 협상을 벌이면서 3년 동안 뻗쳤는데 2001년에 국제정세에서 9.11테러사건이 일어난다.

9.11테러사건이 일어나자 미국은 파키스탄의 핵을 뺏기 위해 파키스탄에 제재를 계속 가할 것이냐, 아니면 다시 파키스탄과 손을 잡고 반테러전을 벌려야 하는가 하는 갈림길에서 결국 파키스탄의 핵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다.

그 이유는 미국이 반테러전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였는데 바로 아프가니스탄에 미국이 들어가려면 파키스탄의 영토와 영공을 통과해서만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파키스탄의 핵보유를 통해 3가지 교훈을 배웠다.

첫째는, 전략전술을 잘 써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것을 핵보유 명분이라고 한다. 수 십년 동안 북한은 핵보유의 명분으로 체제보장과 군사위협 제거를 이야기해왔다.

둘째는, 시간을 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파키스탄은 핵을 완성하고 3년을 끌었다. 김정은은 201711월 핵완성을 선언하고 3년 정도 시간을 끌면 힘든 고비는 넘길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다. 협상론에서는 이것을 '살라미전술'이라고 한다.

세 번째는, 미국 내에 북핵을 강력히 반대하는 로비그룹이 없으면 핵보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라크와 시리아, 리비아, 이란 등이 핵을 가지려고 할 때 미국 내 유대인 공동체는 미 행정부와 국회를 향해 강력한 로비를 벌였다. 그러나 파키스탄이 핵을 보유했을 때에는 별로 강력한 반대세력이 없었다. 이스라엘이 반대하는 것은 이슬람이라는 종교세력이 핵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아랍인들과 페르샤인들이 핵을 가지는 것을 반대한다는 새로운 이치를 북한은 체득하였던 것이다.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에 별로 적대적인 감정이 없는 파키스탄의 핵보유에 대해서는 반대감각이 없었다.

 

. 60년대 70년대 북핵협상의 상대는 소련

그러면 북핵문제로 돌아오겠다.

최근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나오는 이야기가 북한에 이미 전에 체제안전을 보장해주고 군사위협을 없애주었더라면 북한이 핵을 개발하지 않았겠는데 불필요하게 남한과 미국이 재래식 전력을 강화해서 지금과 같은 북핵 상황을 초래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한국정부가 하는 평화구조 확대정책이 사실 이미 전에 했었어야 할 정책이고 남부 사이에 군사적 대치상태를 계속 완화해 나가고 남북경협을 통해 남북 격차가 줄어들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주장이 머리를 들고 있다.

그러면 북한의 핵개발이 남북 사이의 경제적 격차가 늘어나고 재래식무기 분야에서 북한이 열세로 몰리면서 시작되었는가?

사실 북한의 핵개발은 북한이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한국을 완전히 압도하던 1950년대 말부터 시작되었다.

북핵 협상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북한 외교가 논리적이고, 협상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북한은 수 십년 동안의 핵협상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국제공동체에 널리 알려진 북핵 협상 역사는 미국과 북한이 핵협상을 시작한 1993년부터 알려져 있지만 미국이 북핵 문제에 달라붙기 전인 1960년대부터 북한과 이전 소련과 중국 사이에는 외부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핵갈등이 시작되었다.

1950년대 말부터 국제공산주의 운동권 안에는 소련의 핵 독점을 반대하는 두 개 나라가 있었는데 김일성과 마오쩌뚱은 소련만이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소련공산당의 주장은 불평등한 질서라고 비판했다.

그러던 중인 1962년에 쿠바 미사일 위기가 터진다.

케네디와 흐르쵸브가 다 핵무기를 깔고 앉아 으르렁 거렸는데 케네디가 소련에 대고 미사일을 쿠바에서 내가지 않으면 핵전쟁도 불사하겠다고 공개 위협했다. 결국 소련이 뒤로 물러서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했다. 이것을 본 김일성과 마오쩌둥은 때는 왔다고 생각하고 소련의 핵이 전 세계 공산권을 다 지켜준다는 이론은 믿을 것이 못된다면서 흐르쵸브의 '평화공존이론'을 반공산주의적인 이론, 제국주의에 대한 투항정책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북한은 쿠바 미사일 위기가 터진 1년 후 1963년 영변에 2메가와트 핵반응로 건설을 시작하여 1965년도에 완성했고 중국은 1964년에 첫 원자탄 실험에, 1967년에는 수소탄까지 성공한다.

이렇게 중국과 북한이 소련의 핵통제에서 풀려나오고 있는데 쿠바에서 한발 물러선 수치감을 느끼고 있던 소련공산당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이러던 중 1970년대 초 남한의 박정희 정권이 미국으로부터 원전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한국에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되면 남과 북의 힘의 대결에서 운동장이 기울기 시작할 것이라는 것을 내다본 김일성은 소련에 원전을 건설해 줄 것을 요구했다.

소련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겠으니 핵반응로 가동을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1970년대에 북한 당정치국 회의에서는 원전을 들여오지 못하더라도 핵개발을 멈출 수 없다는 결정이 내리워진다.

만일 그때 북한이 핵개발을 중지하고 소련으로부터 원전을 들여왔더라면 한국과 북한 사이에 에너지 분야에서 어느 정도 균형이 유지되어 북한 경제가 지금처럼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북한은 벌써 1970년대에 원전을 포기하고 핵개발을 위해 엄청난 경제적 희생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우리가 핵무기를 돈을 주고 포기시킨다, 이것은 그야말로 희망사항(wishful thinking: 부질없는 기대)이다.

 

. 김정은의 핵보유 전략

사실 북핵 협상은 김정은을 둘러싼 트럼프,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푸틴 4자간의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4자가 뭉치지 못하도록 각개 격파하여 틈을 마련하고 이 틈을 잘 이용해 통과해 나가면 핵 보유국으로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 북한은 핵보유의 명분으로 군사위협 제거와 체제 보장이라는 카드 즉 '신뢰구축'이라고 큰 산을 먼저 만들어 놓고 미국과 한국이 이 산을 넘게 만들면서 세월이 흐르면 정권이 교체될 것이고 정권이 교체되면 새 정권과 새로운 협상을 벌리고 이러면 시간도 벌고 자연히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

 

그러면 북핵 보유에서 한국이라는 요인은 어떤 작용을 할까?

 

1) 북핵 보유정책과 한국의 대북정책 호상관계

2016년부터 2017년 거의 두 해 동안 한국은 북한의 거듭되는 핵 및 미사일 도발 앞에서 전쟁 위기설에 휩싸였다. 여기에 2016년 말 미국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미북 관계는 더욱 위태로운 상황까지 갔다.

김정은은 핵미사일로 괌을 공격할 수 있다고 하는가 하면 태평양 상공에서 수소탄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공갈까지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01711월 유엔총회에서 한 연설에서 북한을 철저하게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과 세계는 북한의 핵무기 제거보다도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돌렸다. 모두가 평화를 외쳤다.

이러한 평화를 외치는 맨 앞장에는 바로 한국이 서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전쟁은 안 된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도 안 되지만 핵개발을 멈추어 세운다면서 군사적 공격을 가하면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난다' 였다.

비핵화보다 평화가 우선이라는 인식의 확대, 바로 이것이 김정은이 바라던 것이다. 사실 김정은은 미친놈이 아니었다.

그가 원했던 것은 치킨게임에 트럼프를 끌어들이는 것이었고 한국이 미국의 옷 소매를 잡고 핵보다는 평화를 외치게 만드는 것이었다.

 

2) 북핵 제가가 아니라 평화보장, 체제보장으로 기울어진 북핵 협상

구체적으로 2018년 한해 동안 북한의 핵보유 명분과 시간벌이가 어떻게 흘러왔는가를 살펴보겠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실장이 35일 김정은을 만나고 돌아와 김정은이 체제를 보장해 주고 군사위협을 제거해주면 핵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했으며 안보전문가들이 나와서 김정은이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이것을 계기로 북핵비핵화의 원칙이 미국 관계에서는 '선 신뢰구축 후 비핵화', 남북 관계에서는 '선 평화 후 비핵화', '선 남북관계 개선 후 비핵화'로 흐르게 했다.

김정은의 이야기를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으로 볼 수 있겠는가?

 

3) 2005년과 2018년 북핵협상 호상 비교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당시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2005617일 김정일을 만나고 와서 '김정일 위원장은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 한반도 비핵화, 비핵화선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하면서 북은 핵무기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 북은 6자회담을 포기한 적도, 거부한 적도 없다. 미국이 업수히 보기 때문에 자위적 차원에서 맞서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이 북을 상대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그것이 확고하다면 7월 중이라도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미국과 좀 더 협의해 봐야겠다.'고 한 김정일의 말을 그대로 전했고 우리 정부는 이것을 김정일의 핵포기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서 20056자회담이 열렸고 20059199.19공동성명이 나왔다. 그런데 한 해도 못가서 2006년 북한이 첫 핵실험을 했다.

2006년 북한이 9.19공동성명을 파기하는 것을 본 미국과 한국은 앞으로 북한과 대화할 때는 북한의 '선 비핵화 조치를 먼저 확인한 후 대화로 간다'는 이른바 '선 비핵화 후대화' 원칙에 합의하고 10년 동안 이 원칙을 유지하여 왔다.

미국은 이 원칙을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표현하였다.

'선 비핵화, 후 대화' 라는 북핵협상 원칙은 2017년까지 이어져왔다.

그런데 김정은이 201835일 청와대 정의용 실장을 만나 자기 아버지 김정을이가 13년 전에 이미 써먹은 '선 군사위협제거 후 비핵화' 카드를 마치도 새로운 카드처럼 닦아서 내놓았다.

북한은 이미 써먹었던 카드를 잘 닦아서 다시 내놓는데 한국과 미국은 새 카드라고 떠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김정은이 어떻게 자기 아버지 김정일이 이미 써먹은 카드가 먹힐 것이라고 확신하고 또 꺼내들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북한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발표한 한반도 정책 4대 전략을 연구하면서 거기서 실마리를 찾았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정책 4대 전략에서 두 번째 원칙이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의 병행 추진이다.

이 네 글자, '병행 추진'은 지난 10년 동안 한국과 미국 사이에 유지되어 오던 '선 비핵화, 후 대화 원칙'을 먼저 깨버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북한은 한국 정부의 '병행 추진' 원칙을 이용해서 미국을 움직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은 4.27 판문점선언이 나왔다.

4.27 판문점선언에서 우리 정부도 얻은 것이 있지만, 북한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남북관계와 북한 비핵화 󰡐병행 추진󰡑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병행 추진'으로부터 '선 남북관계, 후 비핵화''선 비핵화'를 다시 뒤로 옮겨 놓은 것이다.

물론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를 우선적으로 발전시켜서 남북관계가 북한의 비핵화를 󰡐선순환적으로 견인󰡑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4) 20186.12 싱가포르 합의의 문제점

다음은 북한이 트럼프의 입장을 어떻게 돌려세웠는가이다.

여기서 김정은이 노렸던 가장 큰 점은 명분이다.

핵무기를 계속 가지고 있을 명분을 어떻게 트럼프에게 전달해서 트럼프가 받아먹게 만들겠느냐 하는 문제인데 '느낌과 촉각'으로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성격을 이용하여 '선 신뢰구축 후 비핵화'라는 싱가포르 합의를 이끌어냈다.

싱가포르 합의문의 원문을 보면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증진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아래와 같이 합의사항을 선언한다.'라고 되어있다.

비핵화 과정의 순서와 구조에서 신뢰구축이 비핵화보다 먼저 있다.

싱가포르 합의에 네 가지 사항이 있는데 순서를 보면 첫 번째 북미관계 개선, 두 번째 한반도 평화안정 체계 수립, 세 번째 비핵화 문제인데 비핵화 문제도 아주 애매모호한 북한이 요구하는 문구들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되었다.

지금 미국이 북한에 밀릴 수밖에 없는 원인은 싱가포르 합의의 순서와 구조 문제를 이렇게 해놓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싱가포르 합의 후 20187월 초 폼페이오를 평양에 보내 싱가포르 합의 이행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하고서야 북한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7월 초 주에 폼페이오가 북한에 날아가 '이제부터 싱가포르 합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토의합시다'라고 말을 떼니 북한에서 나온 답이 '폼페이우 선생!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한 것은 비핵화가 아니고 신뢰구축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뢰구축부터 토의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미국이 현 시점에서 CVID니 북한 비핵화니 하는 비핵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강도적인 요구입니다' 라는 것이다.

북한은 폼페이오와의 협상내용을 77일부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만들어 전세계 모든 정부들에게 보내면서 미국이 싱가포르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맹 비난했는데 그 어느 나라도 북한이 싱가포르 선언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지 않았다.

결국 미국은 싱가포르 합의에는 신뢰구축이 먼저 들어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문건에 사인한 취지는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무기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진정성을 믿고 사인해 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미간의 핵 협상에서 우선적인 조치는 비핵화 조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김정은을 믿는다. 김정은이 나한테 한 약속을 신뢰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북 핵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니 결국 9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여 평양선언을 채택했고 평양선언이 나온 이후 924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내가 다시 김정은을 만났는데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변함이 없다. 그러니 다시 북한과 핵협상을 하자'고 제안했고 결국 트럼프는 동의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926UN총회 무대에서 '지난 주 나는 평양에서 세 번째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 것을 다시 한 번 합의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가능한 빠른 시기에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 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습니다.'라고 연설하고 세계 언론은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급적으로 빨리 비핵화를 하고 싶다고 한 말의 의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2년 반밖에 안 남은 기간 빨리 핵무기를 포기하고 경제 발전에 유리한 투자와 지원을 받기 위한 데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연설이 있은지 3일이 지난 929일 북한의 이용호 외무상이 무재인 대통령이 연설한 그 자리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그러한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제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평화체제의 구축과 동시 행동의 원칙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입니다.'라고 연설함으로써 세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한테서 직접 들었다는 말과 이용호 북한 외무상의 말이 차이난다는 것을 알고 다시금 놀란다.

이 문제에서 핵심은 김정은이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 임기기간 가급적으로 빨리 비핵화를 하려면 핵시설 목록부터 신고해야 비핵화 속도를 보장할 수 있는데 이용호 외무상의 연설내용은 핵 리스트를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과 북한의 핵협상은 핵 리스트 문제를 놓고 격돌한다.

 

. 핵협상의 일반론과 북한의 핵시설 목록 신고 문제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핵 시설목록 신고문제는 왜 중요하며 북한이 왜 내놓지 못하겠다고 뻗치고 있는가?

핵협상은 크게 보면 비핵화 협상과 핵군축 협상으로 나뉘어진다.

 

1) 비핵화 협상의 특징

비핵화협상을 시작할 때는 먼저 핵을 포기하는 국가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핵물질과 시설, 핵무기 종류와 개수, 핵 군사기지 등 모든 핵시설에 대한 목록을 작성하여 제출하고 국제 공동체는 그 목록에 기초하여 동시에 모든 핵시설들에 대한 비핵화 과정을 시작한다.

미국은 이러한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에서 2년 동안에 267개의 탄도미사일과 1,800개의 핵탄두, 핵물질, 핵 관련시설을 다 없앴고 60억 달러를 우크라이나에 지불했다.

 

2) 핵 군축협상

다른 하나는 핵 군축협상인데 핵 군축협상에서는 핵 보유국들이 서로 상대방의 핵공격 능력 중에서 자기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분야를 정하고 그 중 일부를 호상 폐기하는 방식이다.

지금 미국은 북한과의 핵협상을 핵을 폐기하는 비핵화협상으로 시작할 것이냐, 아니면 핵 군축협상으로 가다가 마지막 단계에 비핵화 단계에 들어가겠느냐 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지금 북한이 비핵화 입구에서 핵시설 목록을 내놓지 않겠다는 것은 비핵화 과정 전기간 핵무기를 가지고 가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핵협상 시작부터 핵보유국임을 인정받고 일부 핵시설을 핵 군축협상 쪽으로 가자는 것이다.

 

. 대북제재에서 보편성과 특수성 호상관계 문제

북핵협상에서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는 대북체재 해제의 조건과 시점 문제이다.

북한에 대한 대북 제재는 유엔안보리 결의를 통해서 채택된 일종의 국제법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북한의 핵 공격능력이 유지되는 한 제재를 계속한다는 보편성의 원칙인데 지금 국제 공동체는 보편성의 원칙을 계속 유지하겠는지 북한의 핵무기가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제재 해제를 시작하는 특수성의 원칙을 적용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지금 북한과 우리 정부, 러시아, 중국이 북한에 특수성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유럽 등 다른 나라들은 북한의 비핵화과정이 완결된 다음에야 제재가 해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 미국의 입장

문제는 미국의 입장이다.

2월 중 북한과 미국이 2차 미북정상회담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정상회담을 시야에 둔 미국의 입장은 매우 애매한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비핵화 과정의 초기 조치인 핵시설 목록 신고 문제에서 미국은 이것을 현 단계에서 포기하고 북한의 주장대로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나가는 '단계적 해결' 방안으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 111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미국의 궁극적 목표는 미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미국이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미국에 대한 북핵 위협 제거에 중심을 둔다면 단계적 해결에 기초한 타협이 가능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체재 해제 문제에서도 북한은 핵무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일부 과거 및 미래 핵시설 몇 개를 없애는 대가로 미국이 제재 해제를 시작하는 상응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제재 해제를 시작하면 결국 제재 문제에서 특수성의 원칙을 적용하는 데로 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핵 폐기는 물건너 간 것으로 봐야 한다.

 

. 우리의 대응

우리 목적은 북한의 비핵화이다.

북한은 수 십 년 동안 모든 비핵화 협상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이 바라던 바를 다 실천했다. 끝까지 버티고, 끝까지 우기고, 끝까지 밀어붙였다.

이 시점에서 미국이 물러서든 우리가 물러서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

잠시라도 북한의 핵을 용인해 주면 영원히 용인해 주게 되며 이렇게 되면 결국 통일하지 말고, 갈라진 민족 분단 상태로 100, 200, 300년 가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북한보다 미국을 다잡아야 하며 미국이 북핵 인정 쪽으로 가닥을 잡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나설 때이다.

미국은 모든 비핵화 협상의 공식인 비핵화 초기 조치 북한의 핵시설 목록을 끝까지 요구해야 하며 핵시설 목록 제출이 없이는 제재 해제를 시작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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