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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의 현장, 그리고 인맥

[ 2021-04-02 10:12:25]

 

김남식 박사
(한국장로교사학회 회장)

 

하나님을 정점으로 한 새 관계 형성하고

섬김을 통해 내가 먼저 손 내밀어야

 

우리는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존재이다. 그러기에 사회적 교류와 공감이 필요하고 여기에 하나의 맥이 된다. 우리는 흔히 인맥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선입관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과연 그럴까? 혼자가 아니고 '더불어 사는' 존재이기에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인맥이란 무엇인가?

 

일본에서 2011년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엔딩 노트에는 주인공 스나다 도모아키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본인의 장례식에 참석할 사람을 정리한 '장례식 초청자 명단'을 아들에게 전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인의 '철저한 준비성'이 잘 드러난 장면이다. '장례식 초청자 명단'은 생존했을 때 가깝고 귀하게 여긴 그의 '인맥'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인맥을 언제부터 어떻게 맺고 있고, 활용하고 있는가? 인맥관리가 왜 중요한가?

한의원에 가면 가장 먼저 맥()을 짚어본다. 도대체 맥은 무엇인가? 왜 꼭 맥을 보는 것일까? 한의학 교과서 중 하나인 동의보감(東醫寶鑑)을 보면, '()'이라는 글자를 3가지 의미로 해석한다.

첫째로 '()'자는 ''자와 ''자가 결합해 형성된 글자로, 이것이 있어야 오래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둘째로 '()'의 옛 글자는 '+'의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기혈(氣血)이 각자 자기 길을 따라 경락을 돌아다닌다는 의미다. 셋째로 맥()자는 막()이라는 말의 뜻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곧 막 밖에 있는 사람이 막 안의 일을 알려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3가지를 고려하면, 맥이란 생명에 가장 긴요한 것으로, 경락에 흐르는 기혈을 뜻하는 동시에 그것을 통해 몸의 상태를 알아낼 수 있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압축해서 보면 '맥이란 영기(營氣)가 도는 곳으로 병을 진찰하여 알아내는 아주 중요한 곳'을 뜻한다. '한쪽 팔이 꺾어지거나 한쪽 눈이 멀어서는 생명이 단축되지 않지만, 맥은 조금만 변화해도 병이 따르기' 때문이다.

한 개인에 있어 맥이 이렇듯 중요하기 때문에 사회적 활동이 필수인 우리는 '사람 관계(Personal Connection)'라는 서양식 표현보다 '인맥(人脈)'이라는 단어를 즐겨 쓰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일본에서 '인맥'의 상실을 국가 차원에서 우려하고, 사회적 문제로 접근해 심도 깊게 논의한 일이 있었다.

 

'금맥(金脈)' 유산보다 '인맥(人脈)' 유산이 더 유용한 이유

 

위대한 인물이 인류의 문명과 정치를 바꿀 수 있지만, 그것을 구현해 하나의 결과물로 완성시키기까지는 수많은 전문가가 필요하다. 사회생활을 통해서 도움을 주거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다면 인맥 관리가 필요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도움을 '부정 행위''금전 관계'로 볼 것이 아니라 '정보''연결'이라는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남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걸 금전적 이유만으로 한정하는 오해와 편견을 버려야 한다. 사회 생활을 할 때는 직장 내에서는 보이지 않는 상하관계를 통해서, 사업에서는 거래의 갑을 관계를 통해서 필요에 따라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르나, 결속력이 느슨해진 형편이라면 그 지형이 달라진다. 그러다 보니 '당신은 꼭 필요할 때만 연락하더라'라는 상대방의 거친 목소리를 듣고서야 반성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의 창시자인 엘버트 리즐 바라바시 교수는 2002년 그의 저서 링크(Linked)를 통해서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를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입증 방법이 바로 '케빈 베이컨 게임(Six Degree of Kevin Bacon)'이다. 케빈 베이컨과 함께 영화를 찍은 관계를 1단계라 할 때 '할리우드 배우들이 케빈 베이컨과 몇 단계 만에 연결될 수 있는가'를 찾는 게임이다. 그런데 눈에 띄는 점은, 할리우드 배우 대부분이 케빈 베이컨과 6단계 이내에 연결된다는 것이다. 케빈 베이컨이 그동안 다양한 영화에 고루 출연한 까닭도 있지만 달리 해석하면 할리우드 영화계가 생각보다 좁은 사회임을 보여주는 것이고, '여섯 다리만 건너면 지구 위에 사는 사람은 모두 아는 사이(Six Degree of Separation)'라는 서양의 오래된 통념을 반영한 것이다. 아무튼 케빈 베이컨의 게임을 통해 우리는 인간관계를 맺는데 발생하는 모든 장애 요소(거리, 직업, 국적, 나이 등)를 무시하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는다고 가정하면 아프리카의 원주민이나 남극을 횡단하는 탐험가나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도 친분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03년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김용학 교수는 '모르는 사람 찾기 실험'을 통해 사회과학적으로 실증된 '3.6'이란 수치를 얻었다. 3.6명만 거치면 한국인 모두는 아는 사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맺고 있는 인간관계는 친지나 같은 연고의 사람들에 한정되고, 이해 관계나 특정 만남을 통해 멀리 떨어진 사람과 친분을 쌓는 경우는 많지 않다.

또 그리 많은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연결󰡓될 수는 있지만, 나의 정보나 요구 사항이 전달되거나 적용되지 않는 '작은 세상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특히 인맥은 관계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느슨한 관계를 맺고 있을수록 인맥의 가치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백방으로 손을 써봐도 전혀 효과가 없다고 한탄하는 경우를 종종 보지 않나? 바로 이런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가 다른 이에게 좋고 튼튼한 고리가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인맥을 만들어야 할까

 

첫째, 나를 가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남들이 나를 필요로 할 만한 이유가 없으면 사소한 인간관계조차 허락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분야에서 가치 있었던 경험을 계속 살려둘 필요가 있다. 명함을 만들고 그곳에 '목회 30'이라고 가치를 적어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나의 가치를 필요한 곳에 베풀어야 한다. 베푼 가치보다 더 많이 돌려받는다는 것이 관계의 진리다. 이 진리가 널리 통용되지 않는 것은 많은 사람이 활용해서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지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셋째, 버리지 말고 기록하고 관리해야 한다. 여러 곳에 나누어서 관리할 것이 아니라 한곳에 기록하고 구분해 용도나 인연, 관계를 적어 관리한다. 스마트폰에는 전화번호나 이메일만 기록되니, 컴퓨터를 이용해 언제 만났고, 어떤 인연이 있는지 정리하면 보다 쓸모 있는 관계망이 형성된다. 연말에 명함철을 열어놓고 기억 없는 이들의 명함을 찢어버리던 모습은 잊어야 한다. 현재 필요 없는 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중요하고 가치 있는 존재로 바뀔지 모른다.

넷째, 인맥은 관심과 노력을 통해서 탄탄해진다. 컴퓨터에 잘 보관했다고 언제든지 활용 가능한 것이 아니다. 먼저 연락하는 습관을 들이고, 한 번이라도 더 만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하장은 어색한 인맥을 공고히 하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연하장 하나가 인맥을 단단히 세우지는 못한다. 반드시 전화로 확인하고 얼굴을 마주해야 좋아진다.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상은 만나야 하고 두 번 이상은 통화하고 세 번 이상은 이메일을 주고받아야 활용 가능한 인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소개를 받고 인맥 늘리는 것을 즐기라. 검증된 사람을 통해서 새로운 사람과 인사하는 것은 믿을 만한 현지인의 안내를 받아 안전한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 가치에 가치가 더해지는 것을 어색해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당신도 그들에게 가치 있는 인맥이 될 테니까.

여섯째, 자녀에게 인맥을 유산으로 물려줘라. 금맥보다 소중한 것이 인맥이라고 했다. 상속세, 증여세도 없고 수십 년의 노하우까지 덤으로 물려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물려받은 식당을 점점 더 크게 키워가는 자녀들의 성공담은 재료나 기술뿐만 아니라 가치 있는 인맥이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서로 가치를 인정하고 가치를 인정받는 굳건한 신뢰 관계로 맺어진 것이 인맥이고, 오랜 세월 아름다운 동행으로 이끄는 동반자이다. 우리는 그간 소홀했던 사람과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누며 인맥을 키우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알찬 계획을 세우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하나님을 정점으로 한 󰡒거룩한 삼각관계󰡓를 이루고, 섬김으로 우리의 인간관계가 더욱 윤택하고 생동적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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