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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식 목사의 31년 목회 단상과 고언 ①

[ 2020-06-04 12:11:18]

 

하산하는 노병의 비망록

 

박현식 목사

(대길교회 원로목사이며 박목사의 대길교회 이야기등의 저자)

 

월간목회는 필자가 처음 지방에서 상경하여 접하였던 종합 목회지로서, 당시 40세에 '고목나무 꽃 피우기'라는 제목으로 투고를 한 바 있다. 당시로서는 청운의 꿈을 안고 전통적인 대길교회 목회를 위하여 나름대로 다양하고 의욕적인 청사진을 그렸었다.

이제는 교회도 64주년이 되었으며, 필자의 나이도 어언 71세에 이르렀다. 이에 목양 일념의 지난 31년을 마무리하면서 목회의 동역자들과 후배들을 위하여 몇 가지 고언을 드리고자 한다.

돌이켜 볼 때에 지면에 새겨둔 꿈들이 하나 둘 실현되는 현장을 접하게 되는 감사와 더욱이 지금 대길교회는 후임 목사 청빙을 두고 새로운 리더십을 희망 중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목회자로서의 단상]

 

1. 등산보다 하산이 어렵다.

 

37년 전 신학교 시절에 동기들과 지리산 등산을 간 적이 있었다. 지리산은 남한의 산 중의 산이다. 어머니 산이라고 할 만큼 삼도에 걸쳐서 능선이 길고 봉우리는 높으며, 골짜기는 깊고 험하다. 한여름에도 산골의 냉천에 발을 담그기가 시리다.

그 산을 하루종일 비지땀을 흘리며 오르고 올라서 마침내 정상에 섰을 때의 감동은 예술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음날의 하산 길이었다.

마침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어둠은 짙어오는데, 아마추어로서는 해서는 안 될 만용을 부렸다. 하산하는 내리막 산길이 자그마치 무려 100리가 되었다. 그때에 겪은 고생과 불편, 불화는 청춘의 오기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육체적으로 탈진하고 생채기가 난 것은 차치하더라도, 마음이 상하여 불평하고 실망하여 후유증이 오랫동안 남아 불미스러운 추억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목회에 적용을 한다면 높이 올라가려고 욕심을 내거나 무리하게 일정을 강행하지 말고, 하산할 것을 생각하여 뒤탈 없이 무리하지 말고, 정상에 오르지 못해도 함께 즐기며 화목하면 좋겠다. 너무 일 중심으로 목적을 향하여, 앞뒤 가리지 않고 매진한 결과 뒤돌아보면 허무한 마음에 소중한 친구를 잃을 수가 있다.

 

2. 기본에 충실하고, 지나친 비교의식이나 우열감에서 자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 목회자의 특성상, 지기 싫고 앞서 가고 칭찬과 박수에 민감하여 추진력과 결단력을 중시하여 사람과의 관계를 과소평가하여 지나치기 쉽다. 다수결의 원칙을 내세워 당회장으로서 압도하고 무시하다 보면 앙금이 쌓여서 악연으로 나중에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30년 목회하는 동안에 많은 일도 하고 업적도 남기고, 안 해본 것이 없이 두루 섭렵하였으나, 그래도 미진하고 하나님 앞에서 역사 앞에서 죄송한 것이, 과연 나는 본업에 충실하였던가 하는 부분이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였다고 정당하고 후회없는 목회자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2020년 설날 아침에 장모님께 새배하기 위하여 처가에 방문하였다. 필자의 손주들까지 합세하여 4대가 함께 가정예배를 드렸다. 그때에 아흔을 바라보는 장모님의 기도가 지금도 귓전에 남아있다. '우리 박서방, 금년에 목회를 마칩니다. 그러나 은퇴한 후에도 교인들의 가슴에 영원히 하나님의 말씀으로 남을 수 있는 큰 은혜를 베풀어 주옵소서!' 과연 나는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의 전파자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한때의 인기와 유행을 따라서 쇼맨십을 한 아무개 목사로 남을 것인가?

 

3. 구체적으로 나는 멸사봉공한 주의 종으로서 존경을 받았던가?

 

필자는 평소에 돈 문제에는 깨끗하다고 자부하였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돈 문제는 청렴성을 보이는 것이 쉽다고 생각하였다. 실제로 목회하는 동안에 돈 문제로 하자가 없고, 귀책이 될 일은 없었다.

20년 전에 어느 고약한 당회원이 오해를 하고, 교회 재정을 유용하고 외화 유출 혐의로 목사를 검찰에 고발을 하였다. 모든 은행 계좌와 금융 거래에 철저한 수사를 받았으나 대검까지 가서도 무혐의로 종결이 난 바가 있었다. 공금은 손대지 않고 내가 쓸 돈이 아니면 아예 주머니에 보관도 하지 않는 습관을 실행하였었다. 무엇보다 돈 문제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 모친으로부터 엄격한 훈육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근래에 들어서 깨닫게 되었다. 선교지에 동행한 모 장로께서 이르기를, '자신이 존경하고 교인들이 신뢰하고 부흥하는 어느 목사님의 예'를 들면서, 사례비에 만족하고 일체의 경조사, 외부에서 지급하는 사례비를 사양하고 돌려드리거나 교회에 다 바쳤다고 한다. 약간의 토의할 여지가 있으나, 필자로서는 부임 시에 들은 바 있으나 실행하지 못하였고, 지금도 교인들의 성의를 강요도 하지 않지만 사양하지 않고 목회와 선교와 구제를 위하여 선용한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교인들의 시선과 목사에게 바라는 수준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충분한 사례비를 책정하지도 않고 인색 일변도이면서도 목사에게 바라는 것은 성자급이다.

오죽하면 오래 전에 당회 할 때에 모 장로께서 목사에게 대뜸 항변하기를, '목사님이 성내면 됩니까? 목사님이 욕하면 됩니까?' 했다. 그래서 '그러면 장로님은 그렇게 해도 됩니까?' 했더니 해도 된다고 하여 기가 막혔다. 다시 생각해봐도 억울하여 시골 교회에서 일생 장로로 섬기시는 장인어른께 여쭈었다. 그랬더니 하는 말씀이, '맞다, 박서방. 장로하고 목사는 다르다. 그래서 성직자 아니더냐?'

한국교회 모든 교인들과 장로들은 자기 목사가 성자이기를 바란다. 수돗물을 먹을지언정, 배고프다 소리 안하고 돈 이야기 안하는 청렴결백한 성자형 목사가 되기를 바란다.

2천 년 전의 골고다 십자가를 오르시던 주님의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필자의 논지는 양자 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충분한 협의와 소통이 있는 교인과 당회원과의 관계를 견지하지 못하였기에 거론하는 바이다. (월간목회 5월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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