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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경로(敬老)를 혐로(嫌老)로 바꿔놓았다

[ 2018-03-28 15:51:09]

 
경로(敬老)라는 말은 노인을 공경한다는 뜻이고, 경로사상(敬老思想) 하면 노인을 높이고 대접하는 사상 일반을 말한다. 지난날 경로잔치 하면 노인을 공경하고 위로하기 위하여 베푸는 잔치로 그 어떤 잔치보다 차원이 높은 잔치로 인정받았다. 세상에 그 어떤 가전제품이든지 시간이 오래가면 가치가 떨어져 고물로 여겨지기 때문에 폐기 처분하는 것이 상례인데 사람은 늙을수록 존경받고 공경받았다. 그리하여 노인에 대한 인사는 백수 장수(百歲 長壽) 하십시오 하면 어르신들은 매우 즐거워하시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러 그 같은 미풍양속(美風良俗)은 꼬리도 보이지 않고 불가항력(不可抗力)으로 내달리는 시간이 아름다운 풍속을 모두 산산조각내어 이제는 경로(敬老)라는 아름다운 글자를 혐로(嫌老)라는 단어로 바꾸어놓았다. 참으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시대상에 애석할 따름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노인을 보는 시선이 급속도로 싸늘해지고 있어 이제는 노인이 어깨를 펴고 사는 시대는 사라지고 아이고 기죽어 전철을 타면 경로 우대석은 혐로석(嫌老席)으로 보여 그 자리에 앉기가 두려울 정도가 되고 말았다. 나이 들어 흰머리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데 이제는 늙은이 표시를 내지 않으려 염색을 하고 의복도 젊은이처럼 차려 입는 등 노인 스스로 안간힘을 써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어설픈 연출을 하기도 한다.
성경은 '센 머리 앞에 일어서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하여 센머리 앞에서 자는 체하고 눈을 감아 버리는 것이 자연스런 때가 되었다. 이처럼 노인이 푸대접 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노인 인권보고서에 보면 청년 56%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노인들에게 뺏겼다고 생각하여 혐로(嫌老)로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청년 77%의 생각은 노인들 복지를 늘리면 자신들의 부담이 느는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세대 간 경제, 정치, 사회적 이해관계가 날이 갈수록 매섭게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뿐 아니라 지금 30,40대까지 우리 사회 혐로(嫌老) 현상에 대하여 걱정하고 있다. 특히 청년 19세에서 39세 중 80.9%가 우리 사회가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있어 이 때문에 노인 인권이 침해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노인에 대한 편견이 가속화되었는가? 그 이유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노인 복지가 늘면 청년들의 부담만 커지고 노인 때문에 청년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을 생각하면 정말 노인이 싫다는 것이다. 결국, 젊은이들의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일자리와 복지비용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세는 말하기를 ;우리의 평생이 일식 간에 다하였나이다. 우리의 연수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라고 하였다. 가는 세월 막는다는 것은 불가항력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청년들은 늙은이를 벌레 보듯 하지 말아야 한다. 그 늙은이의 모습이 살과 같이 빨리 지나가는 40, 50년 후의 그대의 모습이니 말이다. 50년 후의 너희 모습을 조금 미리 보는 것뿐이다. ;나는 늙지 않겠다;는 것을 신()과 약속이라도 했는가? 그럴 리 만무하다. 젊은이도 저기 저 늙은이의 걸어온 길을 반드시 걸어야 할 것이고 그가 받은 대접은 너도 반드시 받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혐로(嫌老)라는 이 사회적인 문제는 현재 노인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세상살이가 자기 마음대로 아니 되는 것이 세상만사인 것을 알고 순리대로 사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은 지금 젊었다고 노인을 비하하는 못된 태도는 버려야 할 것이다. 젊은 자신도 눈 깜작할 사이에 검은 머리에서 흰머리로 둔갑할 것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팽팽하던 얼굴이 어느새 주름이 잡히고 푸석푸석 윤기가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러기에 청년들에게 부탁한다면 노인을 혐로(嫌老) 할 일이 아니고 함께 이 사회를 염려하며 함께 어울려 잘 살아가는 일에 머리를 맛대야 할 것이다. 사회 전체에 만연한 젊은이 위주의 소비 문화에서 탈피하여 모든 생명체가 하나님이 주신 분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진정한 생명 공동체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가정을 회복하고, 결혼을 자연스럽게 여기며,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일들이 하나님이 주신 큰 복임을 아는 문화가 사회 전체에 넘쳐 흘러야 할 것이다. 젊은이는 삶의 연륜과 지혜를 가진 노인을 공경하고, 노인들은 젊은이의 패기와 이상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함께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일개 면에 몇 년 만에 어린아이 하나가 태어나 마을의 경사가 난 것처럼 야단법석인 지금, 노인만 탓할 일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고령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내가 사는 의성군 20182월 인구 현황을 보면 총인구 53,251명인데 그중에 출생 15명 사망 92명 전입 362명 전출 425명이란다. 태어나는 수보다 사망자의 수가 77명이나 더 많고 전입하는 수보다 전출하는 수가 63명이나 더 많으니 군 발전의 희망은 매우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데도 노인만 탓하고 있을 것인가? 이것은 지역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문제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천지창조 여섯째 날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시고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하셨다. 이 귀한 명령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노인 많아지는 것만 탓하지 말고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교회적으로, 가정적으로 온 동네가 머리를 마주하여 특별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윤근 목사(본지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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